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미쟝센 미술상을 수상한
김윤선 감독의 <지구 최후의 계란>입니다.
<지구 최후의 계란> - 예고편
제목, 그리고 오정세.
초면인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당기기 위해 최적의 소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지구 최후의 무엇이 왜 하필 계란일까.그 계란은 살아있는 부화 예정의 계란일까, 아니면 그대로 소멸할 계란요리가 될 예정의 계란일까 상상하는 일도 흥미롭다.그리고 오정세라는 배우.매번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극한직업>의 테드창,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그 오정세의 목소리로 오프닝이 시작된다. 그가 목소리로만 출연한다는 건 좀 아쉽지만 말이다.
"5살 남자!"
"28살 여자!"
이 영화는 치고 받고 싸우는 슬랩스틱 코미디 같으면서도 긴박감 넘치는 중년의 아버지와 노년의 어머니가 맞붙는 액션신이 매력적이다. 그들 각자 부모로서, 부정과 모정이 맞부딪힌다.
그들이 필사적으로 지구 최후의 계란을 손에 쥐고, 그 계란과 맞바꿔 멸망할 지구에서 탈출시키고 싶어하는 존재가 누구인지 알면 그 액션신의 코믹함은 사뭇 코 쓱 문지르게 되는 감동으로 바뀌기도 한다.그들이 처절한 몸싸움이, 피 한방울 안 튀기는 그 액션신이 멋진 이유는 그들이 자기 목숨을 살리겠다고 싸우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오정세가 연기하는 그 역할의 정체다.사람 목소리라고, 사람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 웃게 된다.제목에서 풍기는 의문점에 대한 해답이 거기에 있다.
남자와 노부인은 우주로 가는 최후의 티켓 1장과 바꿀 수 있는 계란을 차지하기 위해 애쓴다.
남자는 5살 남자아이를 외치고, 노부인은 28살 여자를 외친다.
이 장면은 꼭 그 노부인이 젊은 여자인 척 거짓말을 해서 탑승하려는 것처럼 보여서 관객들에게 오해를 산다.
첫 장면부터 아들과 함께 등장해서 진한 부정을 보여주는 젊은 아버지이고,
지구 최후의 계란을 찾으면 받을 수 있는 우주로 갈 수 있는 1인 탑승권을 누구를 위해 받으려는지 그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지구 최후의 계란을 사수하려는 남자의 행동이 애달픈 부정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홀연히 나타나 그런 남자에게서 계란을 훔치는 노부인은 마치 악당같다.
욕심많은 욕쟁이 할머니 같은 모습으로 무림의 고수처럼 남자를 제압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 노부인에게 죽을 위기인 28살 딸이 있었다.
마찬가지였던 거다. 그녀도 딸을 살리기 위한 모정이었던 거다.
그래서 그 순간 노인의 악착같음이 위대한 모정으로 바뀌게 된다.
코믹과 반전을 주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28살 딸이 죽어가는데, 남자의 5살짜리 아들이 싸움 중에 밀려나온 계란을 28살 딸에게 먹인다.
그걸 보면서 남자와 노부인 모두 허탈하면서도 화해하게 된다.
각자의 소중한 것들이 서로를 위하는 순간, 그들의 싸움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리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든다.
미쟝센 영화제 공식 페이지에서 감독과 영화의 주제를 간단 명료하게 알아볼 수 있다.
http://msff.or.kr/program_list/the-last-egg-on-earth/
링크에 들어가면 관련 수상연혁 등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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