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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 - 어른과 아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봤음

by Team A(아) 2020. 7. 2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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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영화의 가장 재밌는 포인트

 

  주인공 '선'이는 반에서 친구가 없다. 같은 반 '보라'의 생일날 '보라'대신 방과후 청소까지 해주지만 생일파티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다. 반 아이들이 의도적으로 따돌렸기 때문이다. '선'이는 자기가 왜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지 모른다. 어떻게 불만을 표출해야할지도 모른다. 그저 외로운 감정을 억누르고 눈치보며 살아가는 수밖에...

  외로운 '선'이에게 4학년 1학기가 끝나며 전학 온 '지아'와 친구가 된 것은 무서운 어둠 속 한줄기 빛과 같았다. 많은 사랑을 주는 엄마보다도 '지아'가 좋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서 그 해 여름을 보낸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급속도록 친해졌듯이 갈등도 한 순간이었다. 이 영화는 아이들의 우정과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갈등이 전개됨에 있어 연출된 섬세한 감정선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이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11살 아이들이 겪은 여름이 현재 우리의 여름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훌륭하다. 이 연기가 성숙하다던가, 어른스럽다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연기가 성숙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어린애들은 저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지’라는 선입견이다. 극중 방학을 맞아 담임선생님은 ‘4학년 방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라며 아이들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감독이 전하는 이야기 같았다. 11살의 사회도 충분히 치열했고, 녹록치 않았다. 그 기간을 지나 경험이 쌓이고 자아가 형성되었으니 지금의 나도 10살, 11살의 모습이 충분히 남아있다. 

  주인공 ‘선’의 아버지는 극중에 설명되지 않은 어떠한 이유로 그의 아버지(선의 할아버지)와 매우 틀어져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도 학을 뗀다. 술만 마신다. 입원한 아버지가 중태에 빠져도, 없는 정신에 아들만 찾아도, 절대 병실에 찾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병원 주차장에서 면회간 아내를 기다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제일 먼저 찾아간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뒷모습을 선이가 보게 된다. 

  ‘선’과 ‘지아’는 찬란한 여름을 보내고 갈등이 생긴 후 수없이 부딪히고 싸우게 된다. 결국 무슨 이유로 싸우고 이토록 싫어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멀어진다. ‘선’과 ‘지아’의 관계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관계가 겹쳐 보인다.

  나의 어린시절도 외롭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서 놓쳤던 인연이 많았다.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었지만 먼저 다가갈 수 없었다. 자존심도 상했고, 사실 어떤식으로 다가가야할지 망설여지고 결국 '모르겠다' 싶어져 포기했을 것이다. 서운했지만 자존심에 솔직할 수 없었고, 갈등과 균열 속에서 결국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어서 헤맸다. 지금의 나와 얼마나 다를까. 유치하고 알량한 자존심이 남아있어 성숙하지 못한 어른인가. 우리는 자라지 못한 걸까. 아니다, 그냥 어른과 아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가장 인상깊은 감정이다. 

 

2. 이 장면, 왜 이렇게 찍었을까?

  

  선이의 동생 ‘윤’이의 대사인 ‘그럼 언제 놀아?’는 감독이 영화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임이 분명하다. 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선이의 집에서 식탁은 분식집을 운영하는 어머니가 저녁마다 김밥을 말고 맞은편에서 아버지가 술을 마시는 공간이다.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애먼소리를 한다며 화를 내는 아버지가 매번 같은 대화를 하는 공간이다. 

  이 식탁에서 선이는 매번 때리기만 하는 친구와 계속 노는 동생에게 미련하다며 화를 낸다. 왜 때린 애와 계속 같이 노니. 같이 때려줘야지. 

  그럼 언제 놀아? 나는 그냥 놀고 싶은데. 동생이 말하자 선이는 아무 말 없이 애꿎은 밥풀만 꾹꾹 누른다. 할아버지를 찾아가지 않는다며 핀잔하는 아내 앞에서 술잔만 기울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함께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 '식탁'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에게 식탁은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보았다. 모든 장면에는 이유가 있다. 영화를 관통하는 '윤'이의 대사가 왜 식탁에서 이루어졌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식탁은 분명 대화를 하는 공간인데, 아버지와 선이는 말이 없다. 대화를 하는 공간에서 말이 없는 아버지와 선이는 이질적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더더욱이나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킨다. 

  이야기를 해. 대화가 필요해. 라고 감독이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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