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두 번째 리뷰입니다.
이번에는 '사랑에관한짧은필름'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영화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5K9xoKXwBFE
환갑을 맞은 한국인 할머니와 중학생 일본인 손녀가 상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씬이 가장 인상 깊었다. 할머니는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일본인 사위에게 시집 보내고 노년을 홀로 보내고 있다. 한편 손녀는 한국인 새엄마에게 정을 붙이지 못하고 계속 거리를 둔다. 우연히 손녀의 휴대폰을 보다가 손녀가 자기 딸 뒷담화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할머니는 손녀에게 화를 내며 따진다. 너는 네 아빠를 뺏겼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네 곁엔 아빠가 있지 않냐고, 내 곁엔 아무도 없다고, 열심히 애쓰고 있는 내 딸이 대체 왜 역겹냐고. 손녀는 당황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할머니는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밖으로 나가고, 홀로 집에 남아 생각에 잠긴 손녀는 할머니를 찾으러 밖으로 나간다. 집 근처 다리 위에서 할머니를 만난 손녀는 그동안 맘 속에 담아뒀던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손녀는 이혼 후 자신을 떠난 친엄마에 대한 원망을 누르기 위해,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새엄마를 미워하는 데에 마음을 썼다고 고백한다. 할머니는 자신도 남편에게 버림 받은 적이 있다며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손녀에 공감하며 그를 위로해준다. 그런데 두 사람은 상대의 언어를 완벽히 알지 못해, 자세한 속사정까지는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서로의 진심만큼은 충분히 전달되어 이내 두 사람은 같은 음악을 흥얼거리며 활짝 웃어보인다.
할머니는 한국인이지만 일본어 선생님으로 일한 적이 있어 생활 일본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알았고, 일본인 손녀는 한국 아이돌 트와이스를 좋아해서 간단한 한국어는 알아듣는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능통하지는 않았기 때문에(특히 손녀) 서로 상대의 말을 온전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각자의 모국어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건 물론 모국어가 편해서이기도 했겠지만,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를 이해해주는 데에는 언어가 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일 것이다. 영화 속 두 인물은 상대의 세세한 말까지는 다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빈 공간을 상상력으로 채우면서 상대방을 좀 더 능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다.
영화 마지막에 할머니와 손녀가 흥얼거린 노래는 산울림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다.
https://www.youtube.com/watch?v=JJcsnp285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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