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온라인으로도 개최가 되어 단편 영화들을 편하게 즐길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는 '희극지왕' 부문의 <네모네모로직 하는 법>입니다.
<네모네모로직 하는 법>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9MeAIv1uiiE
1. 이 영화의 가장 재밌는 포인트
동그란 안경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찰떡인 단발머리. <네모네모로직 하는 법>의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는 이 단발머리 형새의 연기력이다. 형새는 온라인 강의 촬영 기사이다. 영화 초반, 학생을 친근하게(?) 혼내던 강사는 형새에게 잠시 촬영을 멈추라고 말한다. 하지만 형새는 카메라를 멈추지 않고 결국 강사에게 한 소리 듣게 된다. ‘회사에서 다 찍으라고 해가지고…’ 주눅은 들지만, 속에 어떤 자존심이 느껴지는 그의 연기는 나까지 그 상황에 녹아들게 했고, 나까지 머쓱하게 만들었다. 영화 초반부터 이 단발머리 청년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 후, 형새는 고등학교 친구였던 성철이 이 학원의 스타강사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와의 만남을 피하려고 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딱! 마주친다. 성철은 형새에게 개인 촬영기사 자리를 제안한다. 성공한 자의 특유의 자신만만한 말투와 당당한 모습이다. 거기에 질 수 없던 형새는 뻔뻔하게 거절하지만 무언가 찌질함이 느껴진다. 또한, 영화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던, 오디오 녹음 실수, 그때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형새는 성철이 강의 도중 하는 유머에 뭣도 모르고 허허 웃다가 순간 이어폰을 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오디오를 체크하지만… 설마가 역시 사람 잡았다. 오디오가 제대로 녹음되지 않은 것이다. 그 순간부터 형새는 불안에 떨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했던 나의 실수가 머릿속에서 펼쳐졌고 그 감정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형새는 특유의 뻔뻔함과 찌질함으로 영화를 든든하게 이끌었고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2. 이 장면, 왜 이렇게 찍었을까?
올해 미쟝센 영화제 후보작 중 이 영화가 처음으로 눈에 띄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네모네모로직 하는 법>이라는 독특한 이름 때문이었다. 어릴 때 해보았던 네모칸 채우기 게임이 뭐 어쨌다는 걸까. 궁금한 마음에 미리보기를 봤고 바로 결제까지 이어졌다. 영화에서 네모네모 로직은 초반, 그리고 후반에 딱 한 번씩 나온다. 초반에 강사가 다른 학생을 혼내는 도중 어떤 학생이 책 아래에 숨겨둔 네모네모 로직을 한다. 그리고 후반에 형새가 우연히 그 네모네모 학생의 옆에 앉아 묻는다. 왜 하냐고. 그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형새는 또 묻는다. '근데 이거 색 한 번 잘못 칠하면 완전 망하는 거 아니에요?' 네모네모는 답한다. '그러니까 처음에 연필로 하는 거죠. 그리고 이게 무슨 그림이 나올지 모르고 하다 보니까 막 망친 거 같고 안 될 거 같은데 어느 순간 답이 나오는 때가 있어요.' 감독은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네모네모 학생의 입을 빌려 관객에게 전달한다. 어떤 관객은 다소 직접적인 메시지에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인 나에게는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연필이니까 괜찮다는 그런 위로. 또한 ‘청춘’이라는 소재를 좋아하는 나에게, '청춘의 인생'을 아무런 연관도 없어 보이는 ‘네모네모 로직’으로 설명한 이 영화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학생이 건넨 연필을 잡아채는 형새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3. 더 알아보기 (도와주세요)
하지만, '형새'를 연기한 배우분의 성함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아시는 분이 있다면 댓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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