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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 수 없는 세상의 '반' 여자들 이야기

영화 봤음

by Team A(아) 2020. 7. 3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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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부를 돌파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영화화한 작품.

누적관객수도 300만 이상을 기록한 이 영화는 제목처럼 평범한 한국 여성의 삶을 다룬다.

 

 

 

 

 

 

     1.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집에서도 집 밖에서도 일상적인 남녀차별과 몰래카메라, 결혼에 관한 수많은 참견들.

결혼 후에도 임신과 출산, 육아, 경력단절에 관한 또 다른 참견과 압박과 부담이 이어진다.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 수 없는 세상.

한국은 여자들에게 그런 세상이고, 세상의 반을 차지하는 여자들에게 그래서 이 영화는 특별하게 다가오는 여자들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 장면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대사다.

 

"사돈."

 

명절날. 화목해 보이는 가정의 모습.

설거지며 과일 깎기며 허드렛일을 하던 지영은 별안간 입을 연다. 그 때 지영은 지영이 아니다.

스스로 친정엄마에 빙의해서 시어머니 등 '남편의 가족'들에게 하소연을 한다.

죽은 친정엄마도 아닌 멀쩡히 살아있는 친정엄마다.

신이 들린 무당처럼,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내뱉는 헛소리.

평범한 줄로 알았던 내 가족이 멀쩡해 보이지 않기 시작한다. 거기서 가족들은 충격을 받는다.

 

 

 

     2. 그렇게 찍은 이유?

순종적이기만 했던 집안의 최하위층인 '며느리'가 이상하다. 며느리가 하는 말은 더더욱 이상하다. 마치 노예가 반란을 일으킨 것처럼 시어머니를 중심으로 남편과 시누이 등이 놀란다.

너 미쳤니? 라는 눈빛들 속에서 지영은 계속 이야기한다. 친정 엄마처럼.

 

시어머니는 지영의 혼란스러워 보이는 정신 건강 상태에 놀란 것일까? 혹은 며느리가 이렇게 대놓고 시어머니의 행동을 나무라는 것에 놀랐을까?

이렇게 미치지 않고서는 그런 불만 하나 내뱉지 못할 만큼 지영은 힘들었다.

차라리 내가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라는 감정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 장면은 바로 거기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지영은 소설 속 인물, 영화 속 주인공에 지나지 않지만 이건 개인의 사적인 경험담이 아니다. 수많은 한국의 82년생 김지영,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이자 며느리로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명절날 결혼한 여성들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모든 며느리들이 우리의 엄마고 딸이라는 걸 생각해보자. 그럼 그 장면에서 익숙한 게 무엇인지 낯선 게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익숙한 건 여자들의 노동이고 낯선 건 이의제기와 반항이다.

 

더불어 이 장면은 판타지를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공유가 연기한 그래도 나름 평범하고 아내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남편이나, 아이가 있는 경력단절녀에게 재취업을 제안하는 좋은 상사, 동료 등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판타지'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실현 가능한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일 것이다.

말대답 하는 며느리, 순종하지 않는 며느리의 모습 말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잔잔하면서 큰 인상을 남긴다.

 

 

 

 

    3. 만든 사람들 이야기

이 영화를 만든 봄바람영화사는 두 여성 대표가 만든 신생 영화사로 이 작품이 첫 영화였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쉽게 눈치챘겠지만 이 '봄바람'은 작품 속에 하나의 배경으로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 스크린 너머,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제작자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24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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