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애.
時越愛, A Love Story, 2000.
때 시, 넘을 월, 사랑 애. 직역하면 시간을 뛰어넘은 사랑이라는 뜻이 된다. 영문 제목이 '하나의 사랑 이야기, 어떤 사랑 이야기' 정도로 평범하게 직역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000년에 전지현과 이정재가 주연한 이 로맨스 영화는 벌써 나온지 20년이 된 고전 영화가 됐다.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중인 두 배우의 풋풋한 젊다 못해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지만 무엇보다도 특별한 건 이 영화의 이야기에 있다.
신비로운 사랑, 동화에 가까운 판타지.
동시에 정말 흔하게 평범하고 아련한 어떤 사랑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오래되어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공식 포스터조차 낡은 필름 인화지같은 이 영화는 요즘과는 다른 감성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보여준다. 오래된 건 시대일뿐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있는데 왜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 시대의 그들의 사랑은 그리도 특별하고 아름다워 보일까?
이 영화는 2년이라는 시간을 연결하는 우체통에서 시작된다.
일 마레라는 집에 이사온 은주는 우연히 자신의 편지가 2년 전 이 집에 살던 누군가- 성현에게 전해진다는 걸 알게 되고 편지를 주고 받기 시작한다.
둘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각자의 상처를 위로받는다.
그러던 중 성현은 자신이 은주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데 은주는 변심한 남자친구 때문에 상심해 있는 상태라 괴로워한다. 은주는 2년 전의 과거에 있는 성현에게 부탁해서 남자친구와의 과거를 바꾸고자 하고, 이미 은주를 좋아하게 된 성현은 괴롭지만 은주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한편 2년 후의 미래에 있는 은주는 성현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러 갔다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되고, 성현의 죽음을 막기 위해 일 마레로 가서 편지를 써서 다급하게 보낸다. 뒤늦게 성현을 좋아하게 된 자신의 마음을 알고서 부디 늦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었고 만날 수 없었지만 뒤늦게 서로 깨달은 사랑을 위해 행동하는 은주와 성현의 모습은 아련하고 안타깝다.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 2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오가는 편지라는 설정까지 판타지다운 설정도 그 아련함을 더한다.
성현을 구해낸 것이 미래의 은주인 탓에, 과거가 바뀌면서 미래가 바뀌어 은주는 성현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그리고 그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꾸준히 홀로 은주를 기억하면서 은주를 만나길 기다리고, 결국 그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서 은주를 만나 은주가 기억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는 성현의 대사를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지금부터 아주 긴 이야기를 시작할텐데...... . 믿어줄 수 있어요?"
화장기없이 풋풋한 친숙한 배우들이나, 90년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 시대.
카메라 앞에 처음 선 일반인처럼 어딘가 어색한 거 같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거 같기도 한 배우들의 연기도 이 영화 특유의 '감성'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시대에 어울리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까지.
이 영화에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사랑 이야기는 정말 특별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긴 여운이 남는 게 요즘의 로맨스 영화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여담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집 '일 마레'는 인천 석모도에 있었는데
태풍 루사 때문에 사라졌다고 한다.
아름다운 그 집이 이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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